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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is not free

  • 작성자이성철
  • 조회수2994
  • 등록일2011.09.15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2학년 박주현



학과에서 625 전사자 발굴현장을 견학할 수 있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발굴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과 동기들과 놀러가는 기분에 들뜨기도 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발굴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강원도에 도착해서는 군부대를 둘러보면서 동기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남침을 하기 위해 팠던 땅굴을 봤을 때도 그 시대에 이런 땅굴을 몰래 팠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오히려 땅굴보다는 전동차를 탄다는 것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제가 발굴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이용석 조사과장님의 열정적인 설명을 듣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과장님께서는 ‘Free, is not free.' 라는 문구를 보여주셨습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 곳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의 마지막만큼은 우리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며 그들의 희생 위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항상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군대를 가기 싫다는 남자들을 보면 한심하게 생각했다가 전사자 발굴을 하면서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는 해골을 보고 군대를 기피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나라를 위해 죽어간 사람들이 죽어서까지 편히 쉬지 못하는데 어떤 사람이 조국을 위해 일하고 싶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의 희생 위에 지금의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때문에 살아남은 자의 의무로써 이 일을 계속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경청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배우면 배울수록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와 부조리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독립투사들은 대부분 비참한 죽음을 맞았고, 그 자손들은 가난하고 힘들고 사는 현실에서 정의를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더 부조리해 보였습니다. 국가는 아무 것도 책임져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의무를 강요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불의에 항쟁하는 사람들은 매우 비합리적인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많은 불이익을 겪으면서 얻는 이익은 전무하다시피 하니 말입니다. 그에 비해 가만히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가장 합리적인 사람들입니다. 온몸을 바쳐 항쟁한 사람들이 가져다준 변화를 그저 받기만 하면 됩니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은 그들은 우리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우리나라가 시민들에게 원하는 시민상은 ’합리적 민주시민‘입니다. 얼핏 듣기에는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위 경우를 생각하면 정의를 추구하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이 두 가지가 합치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도덕적 가치를 따르는 삶이 합리적인 삶이 되도록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미국에서 전쟁 중 남겨진 미군 한 명을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서 결국 구해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도 논란이 생기는 시대에 소를 위해 대를 희생시키는 선택이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은 수많은 병력을 잃으면서까지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수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생명이 교체 가능한 소모품으로 전락하기 쉬운 전쟁에서조차 국가가 하나의 귀중한 인격체로 대해준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라면 그런 국가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기꺼이 나라의 부름에 응할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잘못 되었다고 나무라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스스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싶을 정도로 자긍심을 느낄 수 있고 국민을 위하는 국가가 되어야 국민들도 변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 시작이 나라를 위해 처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편안하게 안식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625 전사자 발굴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한에 맺혀 감지 못하는 두 눈을 감겨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답례이기에 발굴사업이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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