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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사자 발굴현장을 견학하고 나서...

  • 작성자이성철
  • 조회수3050
  • 등록일2011.09.21
소중하며 잊지못할 값진 기억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1학년 박세진

기말고사를 끝으로 대학교 1학년 1학기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기나긴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6월 말, 첫 방학을 맞아 설레기도 했지만 무엇을 먼저 해야 할이지 몰라 당황해하던 나는, 6월 28일 화요일에 6.25 전사자 발굴현장 견학에 참가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울 겸, 동기, 선배들과 함께 색다른 추억을 만들 겸 망설임 없이 견학에 지원하였다.
견학 당일 우리학과 재학생, 그리고 우리를 인솔해주실 군 관계자 분 모두는 이른 아침 양재역에서 집결하여 같이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양구 해안면으로 이동하였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제 4땅굴이었다. 이곳은 북한이 남침을 위해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지하에 굴착한 4개의 땅굴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다. 우리들은 땅굴 주변만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직접 들어가서 전동차를 타고 실제 땅굴 안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러한 체험을 하면서 남한을 기습 침략한다는 불순한 목적으로 맨손으로 분주히 일했을 북한군의 모습이 땅굴의 차갑고 으스스한 공기. 그리고 전구만으로 밝힌 굴 안의 어둑한 환경과 어울려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느낄 수 없는 감각적인 공포심을 유발했다.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군 관계자 분께서 설명해주신 것을 직접 체험해보니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신기한 체험을 마친 후에는 실제 군부대로 이동해 군 급식체험을 할 수 있었다. 쇠로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배식 받아서 질서정연하게 앉아 밥을 먹었다. 나는 밥 한 끼의 색다른 체험이었지만 이제 곧 약 2년 정도의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서 집 밥이 아닌 쇠 식판에 담겨질 급식을 먹을, 곧 군대에 갈 친구들을 생각하니 어쩐지 측은하고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밥을 먹은 후에는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6.25 발굴 현장이 있는 백석산을 향하여 이동하였다. 버스에 내려서는 1시간 30여 분 간 6.25 발굴현장이 있는 백석산 정상을 향하여 오르막길을 올랐다. 정상에는 6.25발굴 사업 관계자 분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관계자분은 6.25사업의 취지와 목적, 의의 현재 사업 진행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6.25전쟁에 직접 참여하셨다는 그 분은 평소에 듣던 수업이나 강의와는 다르게 다소 격양된 말투로 설명해주셨는데, 이사업이 어떠한 중요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자부심과 그리고 20대라는 어린나이에 우리나라, 가까이서보면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전사자들에 대한 절절한 안타까움이 설명을 듣는 나에게도 직접 전달되는 것 같아 매우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진심어리고 호소력 깊은 설명을 들으면서 단 하나의 중요한 깨달음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오늘 내가 체험한 모든 것이 단 하나의 단어와 연결된다는 것을. 그것은 내가 망각하고 있었던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벌써 6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지만 전쟁이라는 우리나라에 있어 아픈 역사는 이렇듯 아직도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경험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나서 아무 감흥 없이 살아가면서 거의 한 순간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6.25전쟁의 흔적이며 흉터라는 것을 나는 그 순간에서야 깨닫고 뒤통수를 맞은 것과 같은 신선한 정신적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후에 보는 6.25 유해 발굴 현장의 모습은 그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6.25전쟁에서 전사했던 두 명의 형제들이 싸웠던, 이제는 고요한 전장의 모습을 백석산 정상에서 바라보며 만약 살아있었다면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되었을 20대 내 또래의 어린 전사자들 덕분에 지금의 발전된 남한과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때때로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것이 뭔가’ 혹은 ‘이민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였던 나는 ‘나는 국가를 위해 이 정도의 희생을 할 수 있을 까?’라고 나의 애국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반성해보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들이 이토록 열심히 싸운 한국 전쟁이 무엇을 위한 것이고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전쟁이란 것, 그것은 헛된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전쟁으로 희생됐던 많은 사람들의 희망, 꿈, 미래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이런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가 안보의식과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 중 한 명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 전쟁이라는 아픈 상처이자 절대로 되풀이 되면 안 되는 우리의 역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항상 전쟁에 대해서 경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러한 의미에서 6.25 전사자 발굴사업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느꼈다. 이 사업은 전장에서 죽어간 안타까운 영혼들을 가족에 품에 안김으로써 과거를 바로잡는 것 뿐 아니라 이러한 전쟁이 다시 발발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으로써 더 나은 미래로 발전시켜나가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6.25 전사자 발굴현장 견학은 견학당일 발굴된 전사자 유골에게 경례와 묵념하는 의식을 한 후 하산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마쳤다. 나도 엄숙하고 경건한 자세로 눈을 감고 호국 영령들이 편안히 잠들기를 바라면서 묵념하였다. 오늘 견학에 참여했던 학과 재학생들은 양재역에서 도착한 뒤 서로간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 후 헤어졌다. 견학에 참여한 다른 학생들은 오늘의 견학 후 많은 추억과 경험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나 또한 견학 전과 달리 견학 후 한 발짝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 이렇게 살아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준 많은 사람들께 감사했고 다른 견학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도 이러한 견학에 참여하여 많은 것을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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